코골이를 방치하면 병이 됩니다
한국의 인구 대비 교통사고 사망률은 미국보다 높은 세계 5위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특히, 졸음운전은 교통사고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국내 교통사고 치사율 중 졸음운전 사고의 경우 사망 확률이 3배나 더 높습니다. 주간졸음증이 심해서 생업에 지장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K'씨는 옷감을 붙잡은 채 잠을 잡니다. 낮에 잠에 취해있는 그는 저녁 7시쯤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깹니다. 이렇다 보니 늘 일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낮에 조금이라도 깨어 있기 위해 자기 전에 수면제까지 복용합니다. 밤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데도 불구하고 주간졸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코를 골며 자는 사람을 보고 잠을 잘 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수면 시 호흡이 원할하다면 코 고는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 정상입니다. 목젖이 늘어지거나 혀가 처지며 기도가 좁아지면 이곳으로 공기가 지나면서 주변 구조물에 진동을 일으키는데, 이 소리가 바로 호흡이 방해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인 코골이입니다. 심할 경우 기도 전체가 막혀 호흡정지가 오기도 하는데, 한 시간에 5번 이상 숨이 멈춘다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합니다. 수면무호흡이 오면 산소 부족으로 뇌도 함께 깹니다. 무호흡이 80번 일어났다면 결국 수면 중 80%는 깨어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문제는 깰 때마다 심장과 근육도 함께 긴장하기 때문에 수면 중 휴식이나 재충전이 불가능합니다. 다음 날 졸리고 피곤한 것이 이 때문입니다.
수면호흡장애가 만성질환을 불러옵니다.
국내 한 대학 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은 산소 포화도가 낮을수록 만성호흡기계 질환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심장병,뇌졸증,호흡기 질환 같은 다양한 만성질환도 상당수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코골이가 심하다면 40대에도 건강을 안심할 수 없는 것입니다.
'L'씨는 코뼈가 휘고 목 안이 좁아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한 경우로, 문제는 수면무호흡과 함께 나타나는 심장박동수의 변화에 있었습니다. 수면무호흡으로 혈중 산소량이 줄어든 구간마다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심장박동수가 급증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수면무호흡이 나타날 때마다 높아진 혈압은 혈관벽에 무리를 주고 결과적으로 혈관이 서서히 망가집니다. 그로 인해 혈관이 막히는 뇌졸중이나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수면무호흡은 뇌혈류에 영향을 미칩니다. 국내 한 대학 병원에서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뇌혈류를 측정한 결과, 기억은 물론 집중력과 행동능력을 담당하는 부위에서 뇌혈류의 감소가 관찰됐습니다. 뇌혈류가 심하게 감소할 경우 진행성 뇌손상은 물론, 뇌기능 장애까지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한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정상보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면 조기 치매를 유발할 수 있어 문제가 됩니다. 이렇게 수면무호흡 상태가 되면 몸속의 산소 농도가 떨어지게 되는데, 이때 우리 몸에서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뇌세포입니다. 뇌세포는 4~5분 정도만 산소 공급이 안돼도 죽기 때문에 수면무호흡 환자들은 자연스레 기억력, 집중력, 회상력 등의 뇌 기능에 손상을 입게 됩니다.
고려대 안산병원 연구팀이 6년간 5천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코골이 빈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당뇨 발병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인체는 자는동안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지하게 됩니다. 이때 분비된 스트레스 호르몬이 혈당을 높이고, 이렇게 수면무호흡증으로 혈당이 올라갈 때마다 혈당을 낮추기 위해 반복적으로 인슐린이 분비되다 보면 결국에는 췌장 기능까지 망가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수면무호흡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신에 병을 만듭니다.
체중을 감량하고 잠자는 자세를 바꿔라
수면무호흡증에 걸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30~50대 중년의 비만한 남성입니다. 실제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3분의 2가 비만으로, 비만은 수면무호흡장애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목둘레가 40cm를 넘으면 수면무호흡증 발병률은 50% 이상 높아집니다. 기도를 둘러싼 조직에 지방이 쌓이며 기도를 좁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기도가 좁아지면 낮에는 괜찮지만 잠잘 때 힘이 빠지면서 기도가 더 좁아집니다. 그러면 호흡을 할 때에 기도가 막히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면무호흡증에서 비만을 치료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수면 부족과 함께호르몬 대사에 이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살을 빼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몸 안에 식욕을 증진하는 호르몬이 늘어나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받으면서 체중 감량도 함께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자세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머리로 베개를 눌렀을 때 약 7cm 정도 들어가는 것이 편한 자세라고 합니다. 이 상태에서 30~40도 정도 옆으로 몸을 기울이면 신체적으로 편안할 뿐만 아니라 코를 골지 않게 됩니다. 중증 수면무호흡증 환자라면 좀 더 적극적인 차료가 필요합니다. 수면무호흡과 코골이는 기도가 좁아지며 공기의 흐름이 방해를 받는 것인데, 양압호흡기를 착용하면 기도가 넓어져 호흡이 편해집니다. 양압호흡기 착용이 불편한 환자의 경우는 비교적 사용이 편리한 구강 내 장치를 착용하면 아래턱이 앞으로 당겨지며 혀가 목 뒤로 처지는 것을 방지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기도가 확보되고 공기의 흐름도 워활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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